Date: 2010. 9. 2.
Source: 국민일보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인
램버스에 2015년 1월까지 5년간 총 7억 달러(약 8000억원)의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거액을 지불키로
하고 나서야 D램 관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진 5년여의 양사 간 특허 분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원천기술
부족으로 해외로 새는 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로열티) 지급액은 사상 처음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말에는 특허기술을 쓰는 대가로 해외로 나가는 금액이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로열티수지(지급액-수입액)도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나타냈다.
1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 업체의 특허권 등을 사용한 데
따른 로열티 지급액은 40억4700만 달러(약 4조6500억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억 달러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이며 2006년 연간 46억 달러와 맞먹는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가 나온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
허 사용료 지급액이 급증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기술을 많이 쓰는 반도체(전년
동기 대비 95.6% 증가)와 디스플레이 패널(47.7%) 등 첨단 제품의 상반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은 국제수지팀 노충식 차장은 “주로 완제품을 외국에 파는 교역구조 때문에 수출이 잘 될수록 거기에 따른 원천기술 로열티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반기에도 로열티 누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수출은 431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로열티 지급액이 올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특허권 등 수입액도 최근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 덕분에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로열티 수입액은 15억4700만 달러로 2007년 8억7400만 달러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급액이 워낙 크다 보니 올 1∼7월 특허권 수지는 사상 최대인 28억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제품 판매로 번 돈이
상당 부분 기술 사용료로 나가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의 경기 양극화도 상당 부분 원천기술 부족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며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의 기초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