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머니투데이
Date: 2011-07-11

오리지널약의 화학구조를 일부 바꾸거나 특허범위를 넓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원천특허의 특허기간을 연장하려는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 greening)' 전략에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일동제약과 셀트리온제약이 LG생명과학을 상대로 제기한 고혈압약 '자니딥'에 대한 특허무효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이번 소송에 나선 일동제약과 셀트리온제약은 자니딥 제네릭 판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들 뿐 아니라 30개 제약사들이 자니딥 제네릭 판매을 유지하거나 판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허무효소송에 참여하지 않고도 제네릭을 파는 혜택은 공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특허무효소송 당사자들에게는 혜택을 제공해 적극적인 '특허 깨기' 전략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자니딥'에 대한 특허무효소송에서 LG생명과학의 상고를 기각했다.

자니딥은 LG생명과학이 지난 2000년부터 판매중인 고혈압치료제다. 2005년 12월에 자니딥의 물질특허가 만료됐고 2006년 일동제약, 셀트리온제약(한서제약), 유한양행, 유유제약 등이 자니딥의 제네릭을 출시했다.

2007년 7월 LG생명과학은 제네릭 제품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물질특허는 만료됐지만 자니딥의 성분인 레르카니디핀염산염의 결정형 특허가 유효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니딥 제네릭을 팔던 제약사 중 일동제약과 셀트리온제약은 "자니딥의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특허무효심판에서 특허심판원(1심), 특허법원(2심), 대법원(3심) 모두 결정형 특허가 원천 물질특허와 동일하므로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안 소영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이번 판결은 이미 알려진 물질에 대해 물리적 구조인 결정형만 달리하는 경우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결정형 특허 관련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무효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 등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모두 제네릭사들이 승소했다.

지난해 3월 국내사 14곳이 리피토 특허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특허 무효가 됐지만 제네릭을 출시한 업체는 50개사에 달한다. 안국약품, 국제약품, 현대약품 3곳이 특허소송을 진행했던 '노바스크'의 경우 현재까지 20개사 이상이 제네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종근당이 특허 무효를 이끌었던 '코자플러스'는 현재 50개가 넘는 제네릭이 출시됐다.

제 약회사 특허관련 담당자는 "특허무효소송에서는 어떤 제약사라도 총대를 메야한다"며 "지금처럼 특허소송 당사자와 다른 제약사가 동일한 대우를 받는 구조에서는 소송에 참여하면 소송비용이 들 것을 우려 소송을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특허분쟁에 나서는 제네릭사에 일정기간 독점권과 같은 특혜가 부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 만 한미FTA가 비준되면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돼 이러한 문제가 일부 해결될 수 있다. 제네릭사가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의 제네릭 허가를 시도하고 소송에서 이기면 6개월 정도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하지만 한미FTA가 언제 비준될 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