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13. 12. 10.
Source: 머니투데이

 

최근 특허 못지 않게 상표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명이 잘 된 브랜드나 인기를 끌기 시작한 브랜드가 있을 경우, 해당 브랜드에 대해 상표출원을 해 놓지 않아 곤란한 경우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해당 브랜드가 상표출원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경쟁회사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에 편승하기 위해 비슷한 상표출원을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브랜드에 대한 상표출원을 해 놓지 않아 경쟁회사가 대신 상표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억울하더라도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제품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사업자들은 상표권 확보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상표권 확보를 한 후에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에서 상표권을 등록 받아놓고 해당 상표를 3년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상표가 취소될 수도 있다. 한국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서, 상표권자 등이 정당한 이유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 취소심판의 대상이 되어 죽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태에 직면한 회사가 어려움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까르방(carven)은 프랑스의 세미 명품 브랜드이자 회사의 명칭이다. 까르방은 2008년 경까지 국내 회사인 A를 한국의 전용사용권자로 삼아서 상표권 라이센싱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까르방이 전용사용권 관련 계약 해지 후 관리를 소홀히 한 사이에 A사가 까르방의 등록상표였던 carven 등이 3년간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불사용을 이유로 취소심판을 청구하게 됐다.

 

이 심판 건들은 당시에 몇 년간 한국에서의 사용 실적이 없던 까르방이 모두 패소하게 되었다. A사는 한국 상표법 제7조 제5항의 혜택에 힘입어 일응 정당해 보이는 상표권자가 되었다. 참고로, 한국 상표법 제7조 제5항에 따르면, 상표취소심결이 확정된 경우 원래의 상표권자인 까르방은 3년간 상표등록출원을 통해 상표등록을 받을 수가 없는 대신 취소심결확정에 성공한 A가 해당 상표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까르방이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까르방은 A의 불사용취소심판 승소에 이은 상표등록은 carven의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부정한 등록이라는 점을 쟁점화해 법정에서 다투었다.

 

한국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에 따르면,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A의 행위가 유명브랜드의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행위로 해석될 경우, 어떤 법익을 우선시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및 대법원을 거쳐 진행되었던 본 사례는 결국 A사의 행위가 유명브랜드의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행위로 부정한 등록이라는 판결로 마무리되었다.

 

법원은 "A사의 상표등록이 한국 상표법 제7조 제5항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규정인 한국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에 따라 무효로 됨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A가 애써 취소심판에 대해 승소한 후 상표등록까지 받았던 carven이라는 상표는 무효가 됐다. 이와 같은 판결은 정당한 과정을 통하여 소비자 사이에서 신용을 얻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법익이 상표 취소를 청구한 자를 보호하는 법익보다 더 크다는 것을 특허법원 및 대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