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 매일경제
Date : 2009-10-07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있을까? ‘참이슬’ ‘처음처럼’을 마시는 사람은 있어도 소주를 마시는 사람은 없다. 기업이 소주를 생산하면 소비자는 브랜드에 취하는 시대가 지금이다.

예전 소비자는 시장에서 좋은 품질 평판과 신뢰를 획득한 제품을 소비했다. 그러나 제품 간 품질 격차가 거의 사라진 지금, 소비자는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물건을 소비한다. 품질이 기본인 시대에 기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렇게 치열한 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핵심특허를 획득해 가치 경쟁의 승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승자는 한 명뿐이다. 그 외 기업들은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기술이 평준화된 지금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 바로 브랜드경영이다. 핵심특허를 보유한 기업의 승리도 특허권이 보장되는 20년뿐이니 브랜드경영으로 그 이후를 보장하는 것도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의 자세일 것이다.

20년이면 갓난아기가 군대에 들어갈 만큼 자라는 시간이니 기업 브랜드를 소비자 브랜드로 만들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상표권이라는 지식재산권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브랜드경영을 시작한다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05년 삼이실업은 자사가 12년간 사용해온 로고가 GS그룹의 새로운 CI와 유사하다며 GS그룹 상표등록에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삼이실업은 12년 동안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고, GS그룹은 당시 출원을 마친 상태였다. 따라서 GS그룹은 특허법의 선출원 우선주의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상표권 존속기간은 특허권보다 짧은 10년이라 자칫 브랜드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기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아 동화 전문업체인 퀸베이비는 백화점 22곳 입점 및 온라인 유통 확장으로 업계 1, 2위를 차지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지난해 퀸베이비 상표 사용금지 경고장이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 속속 도착했다. 경고장 도착 3일 만에 기업은 입점 매장에서 모두 쫓겨났다. 경위를 알아보니 2004년 퀸베이비 상표권이 만료돼 갱신 신청을 했어야 함에도 기업이 이를 소홀히 했고, 이를 틈타 퀸베이비 협력업체가 2007년 퀸베이비 상표권을 취득해 지난해 경고장을 발송한 것이다. 30년간 퀸베이비라는 브랜드와 함께했지만 관리가 소홀해 결국 분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업 진입 단계에 있는 기업이라면 기업이 브랜드를 새로 만들 수도 있지만 필요한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2005년 상표권을 인수를 통해 ‘지센’이라는 세련된 이미지의 여성복 브랜드를 구비한 기업은 현재 남성복은 물론 골프웨어까지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기업이 한국이 아닌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진출국을 고려한 브랜드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지의 문화나 언어를 고려하지 않은 브랜드는 등록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등록된다 해도 현지 시장에서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되기 힘들다.

주방용 믹서기 전문업체 부원생활가전은 2007년 ‘도깨비방망이’라는 제품으로 중국에 진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사 브랜드에 자국어가 반드시 병기돼야 하는 점을 간과하고 단순히 번안(飜案)한 수준의 브랜드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려 지난해 특허청 비영어권 브랜드 지원사업에 참여해 중국 현지 문화와 언어에 적합한 맞춤형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때서야 부원생활가전은 중국 시장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중소기업이 비영어권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부원생활가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지원사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전략이다. 아랍이나 남미, 러시아 등 비영어권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이 현지 맞춤형 브랜드를 개발하고 권리화해, 강력한 브랜드권을 보유하도록 돕는 특허청의 비영어권 브랜드사업에 참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